불안과 두려움으로 자신을 가스라이팅 하며 살아왔다
난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뭘 하면 안 된다고 넌 평범하게 찌끄러져 살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말하며 살아왔다
영원한 행복은 없고 결국 내 행복은 언젠가 끝날 거라며 살아왔다
도전은 무의미하다며 살아왔다
'너는 너를 가스라이팅 하는 것 같아'
11월 3일
많은 일이 있었다
이별 후, 새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한 나는 가까웠던 5명에게 장, 단점에 대해 물어봤다
충격을 받았다
나는 내가 주변 사람을 홀대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을 막 대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쓰레기
어디에나 있는 대체품
그 생각 하나로 열등감에 빠져 살아왔다
하지만, 적어도 그 5명의 머릿속에는 썩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던 걸까
아니, 4명인 것 같다
'너는 잔잔한 파도 같아서 좋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줘서 좋다'
그리고
'너는 너를 가스라이팅 하는 것 같아'
무슨 우연일까
날짜가 지나 11월 4일 오전 12시 45분
전에 다니던 학원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난 학원에서 좋은 학생이 아니었다
진도를 따라가는 게 느리고 말수는 적으며 선생님을 괴롭게 했다고 생각했다
'복귀하신다고 기억하고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다시 다녀야 할지 고민 중 어느새 11월이 되었네요'
'무슨 일 있나요?'
'솔직히 잘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잘하게 함께 하는 것이지요'
'멈추면 그대로인걸요'
'xx 씨는 정확히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걸 확인되는 게 겁이 나는 걸 겁니다'
'확인하지 않으면 못하는 건 아니니'
'다만 그다음이 없을 겁니다'
'직면하고 함께 극복하는 겁니다'
난 학원에서 좋은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난 진도도 못 따라가는 쓰레기였고 선생님을 괴롭게 하는 사람이었다 생각했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마지막 날 장문의 편지나 쓰는 오글거리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마음속에 항상 간직하고 있습니다'
'응원하고 있습니다 항상'
'곧 볼 수 있다는 것에 설레는군요'
난 나를 가스라이팅 하며 살아왔다
불안과 두려워야만 한다며 자기 자신을 가스라이팅 했다
세상은 어둡고 잔인하다며 세뇌시키며 살아왔다
생각보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세상은 상냥했고 아름다웠으며 나에게 좋은 말 해준 모든 사람이 그저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이었다면
그 모든 게 진심이었다면 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짓밟은 걸까
내가 나를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는 것
그걸 알려준 너
너는 이별의 순간에도 세상은 차갑고 괴로운 것이라며 쓰고 있던 내 색안경을 벗겨주었다
너를 만나 다행이었다
너와 헤어져 다행이다
찢어질 거 같은 이 아픔도 너는 좋은 사람이었다며 언젠가 잊혀가겠지
나는 나를 가스라이팅 하며 살아왔다
이제 그 가스라이팅의 끝인가 보다
너에게 안녕
그리고
나에게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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