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나가는 새벽
졸음을 뒤로 집 한강으로 향하는 몸
고양된 기분
눈에 보이는 다리
한강 위에 나
불안
초조
떨림
행복
두근거림
기대
그 모든 감정 속 나
여느 때와 같이 산책을 나간 새벽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신난 기분에 평소에 가지 않던 먼 곳까지 가봤다
처음 보는 한강에 있는 다리
얼마만의 올라가 보는 한강 다리일까
한참 우울에 두발을 담그고 있던 시절
안 좋은 생각에 한강을 찾아 다리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곤 했다
그때와 달리 행복이 가득한 지금
두근거림도 잠시
비가 와 미끈거리는 바닥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다리인지 키가 작은 나의 명치 높이 정도인 울타리
바로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
크기가 큰 트럭이 지나갈 때면 엄청난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곤 했다
무서웠다
귀에 꽂은 버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집중한 채 계속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감정은 예민해져갔다
두려웠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떨어질 것 같은 울타리
지나가는 차의 바람
한 걸음 한 걸음
'다리의 중간까지만 가보자'
'도망치지 말자'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떨리는 다리를 움직였다
무서웠다
가까이 있는 죽음
무서웠다
하지만
무섭기만 한 건 아니었다
두근거림
왠지 모르게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자살 충동 같은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다
항상 우울에 젖어있던 내가 이런 행복한 기분으로 한강 다에 다시 오르다니
무엇보다 나를 고양 시키는 건
살아있다는 느낌
행복했다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물론 두려움은 커졌다
바닥의 미끈거림
차들의 울림
그 하나하나에 집중할 때마다 커지는 두려움
다시 돌아가기 위해 떨리는 다리를 하나하나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의 난 두려움이 생겼구나'
분명 우울에 빠져있지만, 두려움이란 것 없이 한강 다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걷던 나와
행복하지만, 한강 다리에서의 모든 감각에 두려워하는 나
그리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
문득 든 그 생각에
버즈를 살짝 뺐다
주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음악이라는 나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내가
세상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 두려움은 사라져갔다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소리
거친 바람 소리
비의 냄새
그들이 만드는 인생이라는 하나의 음악
진부하고도 당연하면서
내가 잊고 있던 이야기
영상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이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어떤 기록도
당시의 기분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생각
즐겼다
그 모든 순간을
그저 웃으며
귀를 막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내가
귀를 열고 세상의 소리를 듣자
내가 한때 너무 두려워했고
무서워했고
외면해왔던
현실의 소리를 듣자
행복했다
모순
나는 모순이 인간,
그리고 나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외로우면서도 혼자가 좋고
아프면서도 받아들이고 싶고
죽고 싶으면서도 숨을 쉬던
모순적인 나
인간
그 자체
한 때 정말 좋아했던
지금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던 가수이자 트레이너이자 유튜버인 한 분이 계셨다
그분의 삶의 철학
노력
모든 게 너무 좋았다
어느 날 그 분의 학원에 다니며 그 분에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학원에 처음 간 날 화장실 거울에서 본 나는
엉망이었다
엉망 그 자체
그 모습에 한탄하며 언젠간 내 모든 게 내 이상향으로 맞춰졌을 때 이곳에 다시 오겠노라라고 말하고 하루 만에 학원을 그만 둔적이 있다
지금의 나였다면 거울에 비친 엉망인 내 모습을 보게 되면 한 번씩 웃어 보이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지 못했기에
그런 나에게 해주셨던 그의 말
'세상 두려워 할것없고'
'변화하는 건 인생을 한층 더 즐겁게 만들어 줄거야'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아름다운 삶을 사는 사람의 말
나랑 다른 세계의 사람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하고 싶은 모든 걸 조금씩 공부하는 지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두려움 뒤에 있는 두근거림
행복
물론 그때의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같이 행복한 나도 없었으리라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한 점에 후회는 없다
다만
오늘의 이 기분을 간직하고 앞으로도 조금씩 나아가려 한다
처음부터 두려움을 전부 버린다는 건 불가능하겠지
조금씩
조금씩 덜어내면 된다
언젠간 내가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날
그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어느 새벽
아름다움, 우울을 상징하는 모순 그 자체인 색 '보라'
- 뒤죽박죽인 기분, 뒤죽박죽인 글, 그 속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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