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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음식물 쓰레기를 삶고 구워보자 (음식물 쓰레기 악취 없애는 방법)

by harmer 2023. 9. 26.

음식물 쓰레기가 쌓였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 살 돈이 없다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봤다

'음식물 쓰레기의 냄새를 막기 위해 냉동실에 넣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실질적으론 박테리아 번식? 그저 응급처치일 뿐? 등 여러 이유로

그다지 추천하진 않는 방법이라 한다 (난 머리가 나빠서 자세히는 모르겠다)

 

이런저런 글을 읽던 중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육수를 내듯이 이 쓰레기들을 한번 끓이면 냄새가 안 나지 않을까?

그럼, 쓰레기봉투를 살 때까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육수를 낸 후의 모든 건 맛이 없다고 할 정도로

육수를 낸 무언가는 무향 무취 무미가 된다고 생각했다 (얕은 지식만 갖고 있는 사람이라 진짜인진 모?른다)

 

세제를 넣고 불을 올린 후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두려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두려웠다

 

쓰레기를 버리고 와 집 문을 연 그 순간

정말 맛있는 해물탕을 끓인 듯한 냄새가 났다

 

역함이 아닌 아주 맛있는 냄새

 

음식물 쓰레기를 일주일 동안 쌓아온 거라 먹진 못했지만

1~2일 된 쓰레기였으면 국물을 한 번 떠먹어봤을 정도의 향긋함

 

물을 갈고 세제를 뺐다 (세제는 거품이 너무 많이 나와 냄비가 넘친다)

 

색이 옅어질 때까지 끓이고

끓이고

또 끓였다

 

빨간색이던 국물은 점점 녹색으로

아름다웠던 향기는 점점 무색으로

 

향을 맡다 머릿속에 박힌 한 가지 생각

 

'국물이 맑아질 때까지 완전히 끓이고 한 번 프라이팬에 구우면 정말 모든 냄새가 사라지지 않을까?'

 

사람은 생각한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호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프라이팬을 올리고

달군 후

구웠다

 

그러자 놀랍게도

세제 타는 냄새 말고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진정한 무취

 

너무나도 궁금했던 나는 쓰레기들이 아예 말라 비틀어 버릴 때까지,

수분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굽고 구웠다

 

낙엽과 같이 변해가는 음식물

이 과정을 본 나는 마치 커피를 만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다)

 

수분이 없어진 음식물을 다시 물에 넣고 불린 후

세제를 넣고 세탁

세제를 전부 행군 뒤 냄비에 넣고 삶기

그 후 프라이팬에 굽기

 

이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의미도 없고

이유도 없이 그저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 하나에 진행된 과정

 

어느샌가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없애고 싶다는 욕망은 사라진 채

호기심의 욕망만이 나에게 가득했다

 

사실 이 뒤는 별일 없다

그저 의미 없는 행동의 반복뿐

 

혼자 원룸에 살고 있기에 가능한 장난

 

의미 없는 장난

 

하지만 즐거운

 

그렇기에 의미 있었던 장난

 

이번에 느낀 건 딱 하나다

 

내 호기심의 90퍼센트,

아니 사실 100퍼센트는 이런 아무 의미 없는 호기심 들이다

 

하지만 그런 호기심에 움직일 때마다

 

매우 즐겁고

즐거우며

즐겁다

 

그것만이 내가 오늘 깨달은

나라는 사람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이다

 

 

다신 안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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