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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진실을 알게 된 나는 분명, 두려울 것이다

by harmer 2023. 11. 20.

머리가 아프다

얼마 전부터 사랑했던 그녀가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당신이

채우고 있다

친구였던 네가

그저

친구일 뿐인 네가

점점 커져간다

이성으로

점점

커져만 간다

두렵다

친구로도 남지 못할까 봐

날 어디까지나 친구로 남아주기 바라는 너

그 바람에 더 이상 답하지 못할까 봐

이제야 네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한 나는,

아니,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네가 이성으로 보였고

그 사실을 두려워 외면했던 나는

두렵다

내 안에 너밖에 남지 않은 지금이

살짝 거리를 두자

이 마음이 죽을 때까지

내가 너를

다시 친구로 보기 시작할 때까지

두렵다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을까 봐

두렵다

이대로 친구로도 남지 못할까 봐

두렵다

너 때문에

 

그리고

 

너 덕분에

머리가 아프다

 

오늘도 난, 스스로를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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