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
얼마 전부터 사랑했던 그녀가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너
당신이
채우고 있다
친구였던 네가
그저
친구일 뿐인 네가
점점 커져간다
이성으로
점점
커져만 간다
두렵다
친구로도 남지 못할까 봐
날 어디까지나 친구로 남아주기 바라는 너
그 바람에 더 이상 답하지 못할까 봐
이제야 네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한 나는,
아니,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네가 이성으로 보였고
그 사실을 두려워 외면했던 나는
두렵다
내 안에 너밖에 남지 않은 지금이
살짝 거리를 두자
이 마음이 죽을 때까지
내가 너를
다시 친구로 보기 시작할 때까지
두렵다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을까 봐
두렵다
이대로 친구로도 남지 못할까 봐
두렵다
너 때문에
그리고
너 덕분에
머리가 아프다
오늘도 난, 스스로를 속인다